한국의 지태옻칠기는 전통한지공예와 맥을 같이 합니다. 전통한지는 대략 AD 2~7세기경 중국과의 교류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태옻칠기는 아마도 AD 3세기 이후, 종이 공예품의 손상을 막기 위해 옻칠을 하며 시작됐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국내 유물로 가장 오래된 것은 고려시대이며, 대부분은 조선 중기부터 구한말까지의 작품들입니다. 조선 왕조는 민간의 생활용품에 대하여 옻칠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는데 중기 이후 왕권이 약화되자, 민간에서도 옻칠 기물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휴대용 물잔, 가마에 넣는 이동식 요강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며 옻은 다시 정부의 관할로 넘어갔고 해방과 함께 불어온 산업화의 바람과 서양 문물의 유입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버린 전통한지와 함께 지태옻칠기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지태옻칠기의 장점은 가볍고도 튼튼한 것입니다. 한 장 한 장 겹쳐질수록 옻과 결합해 한층 단단해지기 때문에 그 어떤 칠기보다 내구성이 강합니다. 그러나 여러 겹 칠을 올려도 가벼울 수 있었던 비법은 지태옻칠기 장인들이 사라지면서 오랫동안 수수께끼에 쌓여있어야 했습니다. 그것을 오랜 실험과 연구 끝에 오늘에 되살린 지천 김은경 작가의 노력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옻칠문화권은 한중일을 중심으로 동남아까지 넓게 펼쳐져 있지만 지태칠기, 그것도 천 년을 가는 우리 전통한지로 만든 옻칠기는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입니다. 이제는 한국 고유의 문화 예술로 새롭게 조명 받아야 할 것입니다.
지태옻칠기 제작기법 1. 지승법 紙繩法
전통한지를 길이 방향으로 잘라 두 손으로 꼬아서 한 가닥의 ‘ 노’를 만듭니다. 씨실은 노 한 줄, 날실은 노 겹 줄로 서로 엮어가며 형태를 만드는데 이를 우리 말로 ‘노엮개’라 합니다. 진흙, 석고,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틀에 맞춰 엮기도 합니다.
지태옻칠기 제작기법 2. 지호법 紙糊法
한지의 닥섬유가 드러나도록 잘게 찢고 으깨어 풀과 섞어 곤죽 상태로 만듭니다. 진흙, 석고, 스티로폼 등으로 원하는 모양의 틀을 짜고 그 위에 곤죽 상태의 종이를 덧붙여 형태를 만듭니다. 상온의 그늘진 곳에 두었다가 완전히 마르면 그 위에 풀과 생칠生漆을 혼합한 ‘호칠糊漆’을 이용, 한지를 덧붙인 뒤 굳혀 태를 완성합니다.
지태옻칠기 제작기법 3. 후지법 厚紙法
조립하여 만드는 기물에 유용한 기법입니다. 먼저 두꺼운 종이를 각 부분으로 재단하여 태를 만듭니다. 주로 종이로 만든 판지板紙, 골판지, 원통형의 지관紙管 등을 씁니다. 여기에 각각 옻칠을 입히고(초칠初漆) 풀과 생칠을 혼합한 ‘호칠’로 조립합니다. 그 후 전체를 호칠하고 얇은 천을 붙인 뒤 굳으면 다시 호칠로 한지를 전체에 붙여 태를 완성합니다.
지태옻칠기 제작기법 4. 협지법 夾紙法
그릇을 이용하거나 진흙, 석고,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형태 위에 풀과 생칠을 혼합한 ‘호칠’을 사용해 한지를 오리거나 찢은 조각들을 붙여 만듭니다. 한 겹 붙이고 굳으면 다시 한 겹 붙이기를 4~5번 반복해 완성합니다. 겹겹이 붙일수록 단단해집니다. 그대로 건조 후, 틀에서 떼어내어 태를 완성합니다.
지태옻칠기 제작기법 5. 줌치법
전통한지 2~3장을 물만으로 붙여서 질긴 종이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착시켜 물에 담근 뒤 통째로 꺼내어 물기를 눌러 뺍니다. 사방으로 주무르고 치고 두드리기를 반복하면 가죽처럼 질긴 한 장의 종이가 됩니다. 이를 줌치(일명 주름지)라고 하며, 편평한 곳에 반듯하게 펴서 완전히 건조시킨 다음 천처럼 재단해 사용합니다.
| 지천옻칠아트센터